꿈꾸는 이연희2010.08.20 14:13

구글 검색창에 한글로 '최음제'라고 치면, 내 블로그가 1번으로 나온다. 예전에 쓴 '최음제 복용수기'라는 글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 


덕분에 내 블로그는 가만히 있어도 하루에 최소 200명씩 꼬박꼬박 들어오는 방문객을 확보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최음제 비스무리한 정력강화제의 광고를 실어달라는 의뢰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정중히 사양하긴 했지만, 홍보비 한 푼 안들이고 이 무슨 횡재인가?  


최음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과 목적으로 검색창에 '최음제'라는 단어를 때려 넣었을가?

 

나처럼 단순한 호기심에 혼자서라도 먹어보려고 최음제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여자친구 또는 여자친구가 될까 말까 한 상대, 혹은 술 취한 부킹녀의 성욕을 몰.래. 고취시켜 그 득을 보겠다는 심산인 남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예상된다. 혹은, 섹스에 집중하기 위해 보조 도구가 필요해진 오래된 연인들, 또는 부부들일 수도 있겠다. 향정신성 약물에 대한 관리가 좀 더 느슨한 서구권 나라에서라면, 이런 경우에 대부분 마리화나를 대체품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선 구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걸렸다간 쇠고랑을 차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청계천 암시장이나 인터넷 불법매매를 통해 구할 수 있음직한 최음제나 돼지 발정제를 찾아보는 커플도 있었으리라 예상된다.

 

아무튼, 사람들의 감추어진 욕망 한 자락에 버젓이 '최음제에 대한 호기심과 구매욕' 이 있는 덕에, 내 블로그는 어부지리로 고정 방문객수를 확보 할 수 있었다. 다만, 방문객 중 50% 이상이 최음제를 검색하다 들어오게 된 사람인 관계로, 그들은 (은밀한 것을 추구하다 우연히 찾아 들어 온 사람들  답게) 웬만해선 댓글이나 방명록 등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늘 나 혼자 떠드는 기분이다.

 

그러던 중 이틀 전, 블로그 개설 이래 처음으로 글 하나에 댓글이 서른 개가 넘게 달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자들이 바글거리는 한 유명 사이트 게시판에 내 블로그를 방문했던 한 사람이 '최음제.. 검색해 보았더니...이 뇬은 뭐하는 뇬이야?'라는 글을 올렸길래, '네 놈은 뭐하는 놈이십니까?'라는 답글을 달았더니 테러가 시작된 것이다.

 

놈이라는 표현이 기분 나빴나 보다.


사람들은 원 글 쓴 사람이 최음제를 검색하다 내 블로그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나에게만 '발정난 년'이라는 둥 창피하지도 않냐는 둥 악담을 퍼부어댔다. 그리고, 곧이어 나를 '최음제녀'라 부르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또 공짜로 광고 키워드를 하나 얻게 되었다. 국내 포탈사이트 검색창에 '최음제녀'라고 치면 내 사진이 걸린 블로그 화면을 캡쳐한 게시물이 뜨게 된 것이다.

 

엘프녀, 월드컵 얼짱녀 ... .뭐 그런 건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최음제녀라니. 나이 서른 중반에 이게 웬 봉변인가? 




일간스포츠 기고칼럼


Posted by 연희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