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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1 언 땅일 수록 성큼 성큼 걸어라
집 가까운 곳에 좋은 tramping 코스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한번도 산행을 시도해 보지는 않았었다. 서울 사는 사람 치고 63빌딩 가본 사람 없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라고 말하면, 내 게으름을 무마하기 위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될래나?

도시 개발 붐으로 다 파헤쳐진 영종도 땅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산이 바로 백운산이다. 그리고 그 밑에는 천년전에 원효 대사가 지었다는 용궁사가 있다. 매일 저녁 6시..... 멍하니 거실에 앉아있다보면 멀리서 '굉~'하고 은은하고 육중한 종소리가 들렸는데, 그게 바로 용궁사에서 나던 소리다.

영종도에 뭐가 있나 웹사이트를 뒤지다가 백운산 입구가 우리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에게 이야기 하니 "아 그래? 권호랑 한 번 가봐야 겠는데.." 한다.

나는 등산을 좋아한다. 산에 자주 오르지는 않지만 (사실 최근 5년간 한번도 산에 오른 적이 없을 정도지만) 늘 등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 산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남부끄럽지는 않다. 그래서 결혼 직 후 가끔씩 남편에게 '언젠가 등산을 좀 가자'라고 제안을 하곤 했는데 ... 6년 전인가? 남편이 "나는 무릎 부상 때문에 이제 등산은 무리다"라고 선언한 이후로 한번도 등산 이야기를 꺼낸 적은 없다. 무릎 수술 이후로 다리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예민해 지는 남편에게 괜한 상처를 줄까 싶어 함께 가고 싶어도 그냥 조용히 혼자 다녀오곤 했다.

그런데 그런 남편이, 다른 곳도 아니고 바로 집 근처에 있는 등산 코스 이야기를 꺼내자 마자 내가 아닌 친.구.랑. 가야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남편은 자신의 말 실수가 아차 싶었는지 즉각 헤헤거리며 얼버무렸지만 나는 그만 돌.이.킬.수.없.는. 상.처.를. 받고 말았다.

이것이 내가 수요일 아침에 9개월짜리 아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백운산 산행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다. 물론 남편은 내가 그런저런 생각을 해댔다는 사실을 모른다. 안다면 '그냥 한 마디 한걸 가지고 뭘 그렇게 피곤하게 구느냐'고 도리어 짜증을 낼 수도 있으므로 나도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이런 소소한 스트레스 쯤이야, 어차피 산에 가면 흝어져 버릴 것이다.


용궁사 가는 길


자원봉사 아줌마들 (보살님이라고 해야 하나?)의 수다와 웃음소리가 진종일 흘러 나오는 절간 앞 사랑채




용궁사는 1,000년 된 느티나무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뉴질랜드에 살다 온 나로서는 그닥 대단할 것도 없는 사이즈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느티나무의 둘레나 크기에 감탄하는가 보다.







미안하지만 이 정도 사이즈는 뉴질랜드의 길거리 가로수 정도 밖에 안 된다.





매일 저녁 울리는 종............. 바로 요놈이었던게로구나.


백운산 정상.........초행인데다 혼자이고 날씨마저 추워서 였는지 올라가는 길은 꽤 고달팠다. 그런데 핸드폰 시계를 보니 겨우 30분 밖에 안 지나있다. 짧은 거리지만 정상에 오르는 기분은 늘 캡이닷!!!



기다리고 기다리던 커피 타임.
산에 올라가 정상에 앉아서 마시는 커피맛!
아는 사람만 알지.


구멍이 송송뚫린 여름용이지만  나에겐 유일한 운동화 이기에 그냥 신고 올라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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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희Lee